'객체지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8.19 소프트웨어 기술 트리
  2. 2016.08.12 상태와 행위의 결별
  3. 2016.08.11 상속(Inheritance)에 대한 올바른 이해 4


지금까지 공부해 온 소프트웨어 영역의 기술들을 트리 형식으로 정리해 본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소프트웨어를 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먼저 공부해야 할 지 갈피를 잡기 힘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제껏 소프트웨어를 공부해 오면서 안타까웠던 점을 꼽자면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기술들 간에 어느 정도 줄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줄기가 되는 기술들 간에 선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를 알게 된 것은 이제 소프트웨어의 근간이 되는 기술들을 대부분 알게 된 이후였다. 개인적인 능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 점을 미리 알았다면 그것들을 모두 익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뭍어 있는 것이 바로 이 기술 트리다. 만약 이제 소프트웨어를 막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 트리에 맞춰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적어도 이 영역 내의 기술들은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필수적인 기술들이라고 봐야 한다.

일부 개발 영역에 따라서는 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개발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웹 프론트, 백엔드, 임베디드, 데이터베이스 영역에서는 세부적으로 보다 더 중요한 기술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위의 기술들이 뼈대를 이루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술들은 볼륨 처리를 해 두었다. 저 중에서 볼륨 처리된 기술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객체지향(OOP, Object Oriented Programming)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크립트 언어나 함수형 언어를 접하게 되더라도, 그리고 구조적 언어를 통해 개발을 하게 되더라도 객체지향은 꼭 알고 지나가야 하는 개념이다. 트리에서도 보듯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 문법을 익히고 나서 소프트웨어를 구조적으로 작성하기 위해 배우는 첫번째 단계이며 이후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들의 모태가 되는 기술이다. 즉, 객체지향을 모르고는 어떤 소프트웨어적인 개념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고, 객체지향을 모르는 사람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불완전성의 관리 관점에서 보면 객체지향은 갈수록 대형화 되어 가는 소프트웨어를 작은 단위로 축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하위 타입에 대한 은폐를 통해서 작성해야 할 코드의 양을 줄이면서도 수정 및 확장이 용이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만들어 준다. 상속을 통해서는 중복된 코드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고, 인터페이스와 타입의 개념을 통해서는 내부 구현에 대한 은폐를 가능하게 해준다. 변수 대신 객체를 바꿈으로써 조건문/제어문을 사용하는 대신 직접 행위를 변경할 수 있게 한다.

객체지향이 소프트웨어 영역에 가져온 영향력은 막대하다. 사실상 소프트웨어에 설계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나 설계의 원칙이 도입되게 된 것, 올바르고 좋은 설계의 패턴, 소프트웨어의 가시화(UML) 등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기술은 객체지향을 이용하거나 객체지향에서 파생된 것, 또는 객체지향을 개선한 것들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언어들은 객체지향을 온전히, 혹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지원한다.


UML(Unified Modeling Language)

UML이 있기 전까지 소프트웨어는 비 가시적인 기술 영역이었다. 인간이 눈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얻는지를 안다면 이것은 치명적인 문제였다. UML이 없었던 시절, 소프트웨어를 여럿이서 함께 개발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코드보다 부정확하다. 코드는 완벽하게 진실만을 이야기 하지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코드는 줄거리를 모르는 대서사시처럼 장황하다.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다가 서로 막히는 곳이 있으면 그 대서사시를 살펴봐야 한다. 이 와중에 일부 개발자들은 자신의 코드를 신성시 한다. 아마도 UML이 없던 시절에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다른 엔지니어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간에도 의사 소통이 신통치 않았을텐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원활히 대화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가시화 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 가시적인 도안들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 작은 그룹에서는 통용될지 몰라도 의사소통의 단위가 커지면 가시화의 방식이 달라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UML은 이런 가시적인 툴로서는 최초로 보편적인 표시 언어로 사용된 것이다. 개발자들은 UML을 통해 비로소 서로의 코드를 보지 않아도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었고, 코드를 먼저 만들지 않고도 구현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코드와 유사한 수준의 소프트웨어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언어는 UML이 유일하다. 


디자인 패턴

디자인 패턴이 탄생한 후부터 개발자들은 좋은 설계를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기로 비유하자면 이제 막 첫 마디 단어를 말하는 그 시점만큼 극적인 일이다. 디자인 패턴이 있기 전에는 어떤 설계가 다른 설계보다 어떻게 나은지를 설명하기 위해 코드를 작성하거나 UML을 그리거나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인간의 언어로 수 십 분에 걸쳐 이야기 해야 했다. 디자인 패턴이라는 것이 개발자들이 설계 문제를 해결하던 여러 방법들에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설계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디자인 패턴은 이런 "같은 이야기"들에 이름을 붙였다. 그 이후부터는 같은 이야기를 지루하게 반복하는 일이 없어졌다.

사람들이 잘 된 설계에 대해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대화는 짧아지고 정밀한 설계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른 디자인 패턴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고, 대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같은 설계 문제에 대해 어떤 패턴을 적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설계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 패턴을 모르고는 설계를 이야기 할 수 없다.


Unit Test(단위 테스트)

단위 테스트는 소프트웨어의 안전망이다.

단위 테스트 이전의 소프트웨어는 주로 정밀한 설계를 통한 구현 상에서의 오류 감소, 그리고 통합 테스트를 통한 디버깅이 불안전성 제거를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두뇌가 유일한 불안정성 관리 도구였다. 불안전성의 원리 때문에 직접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완전성을 증명할 수 없지만 유닛 테스트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안전망을 구축해준다.

유닛 테스트의 유용성을 이야기 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직접 작성하지 않은 소스에 유닛 테스트가 있을 경우, 소스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필요한 경우에는 리팩토링을 통해서 소스를 더욱 잘 이해할 수도 있고, 설계를 바꿈으로써 소스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가져갈 수도 있다. 

유닛 테스트는 구현에서 발생한 버그를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디버깅의 어려움을 감소시켜 준다. 버그는 발생한 시점에 발견하여 즉각 수정하는 것이 손쉬운데 이는 버그가 발생한 시점이 코딩 시점과 가까울수록 해당 버그의 문제점을 짚어 내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사실 이 부분은 불완전성 관리의 도구가 오직 두뇌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통적인 개발 프로세스에서는 구현과 테스트 간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더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함에도 전통적인 프로세스는 이 문제를 더 키우기만 할 뿐이었다. 유닛테스트가 생겨남으로써 일시적인 버그는 즉시 판단하고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유닛 테스트의 또 다른 이점은 설계에 준하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동작 지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TDD(Test Driven Development)가 추구하는 방향인데, 테스트 코드를 구현 코드보다 먼저 작성함으로써 구현 코드가 작성되어야 할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다. 이로써 설계 단계에서 미비했거나 요구사항의 불확실성 때문에 완벽하지 못했던 설계를 유닛 테스트를 통해 보충해 줄 수 있다.


리팩토링

현대의 소프트웨어는 늘 수정된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완벽한 설계보다는 실행 가능하고 수정 가능한 설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별다른 수정 사항이 없어도 구현 중에 일부 설계가 부적절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초기에는 잘 된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인 수정이 늘어나면서 설계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효율이 떨어진 설계를 널리 잘 알려진 좋은 설계, 즉 디자인 패턴을 중심으로 좋은 설계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리팩토링이라고 한다.

이 과정은 근본적으로는 설계의 변경이지만, 이미 만들어진 기능에 대해 수행하는 작업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잘 동작하고 있는 코드를 수정하여 설계 맞추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잘 동작하는 코드가 수정 중에 버그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유닛 테스트이다. 리팩토링 과정은 어떤 경우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끝날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 동안 진행 될 때도 있다. 이 때 리팩토링의 각 단계에서 기존 기능과 동일하게 동작함을 확인시켜주는 유닛 테스트는 필수적이다.

리팩토링은 디자인 패턴이 나온 이후에 생겨난 것이고, 유닛 테스트를 통해서 그 안정성을 보장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구현 이후에 설계를 변경한다는 점에서 정통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와는 상반된 개념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도 한창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혁신적인 사고가 언제든 기존의 사고를 제치고 자리 잡을 수 있다. 설계를 반영하여 코드를 작성하고, 이미 작성된 코드를 수정하고, 수정된 코드에 맞춰 설계를 변경하는 일련의 과정은 소프트웨어가 가진 유연성이라는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리팩토링은 개발자가 설계와 코드 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Agile

Agile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개발 방법론이다.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은 철저한 요구사항 수집 및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세밀한 설계, 설계에 딱 맞는 구현, 설계-구현에서의 부족한 점을 테스트를 통해 보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개발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 보다는 나은 결과물을 내줄 수는 있었지만 현대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트렌드와는 잘 맞지 않는다. 현대에는 개발 시작 시점에 요구사항이 완벽한 경우가 별로 없고(거의 없다), 시장의 요구 변화에 맞춰 개발 진행 중에 상당 부분 변경이 이루어진다. 개발 중간에 수많은 요구사항들이 새로 생겨나고 없어지거나 수정된다. 또한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해도 지속적인 수정 요청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 변화를 기존 프로세스 상에 반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Agile은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프로세스이다. 시장은 항상 변하고, 이에 따라 요구사항은 항상 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의 요구사항은 더 많아지게 된다. Agile에서는 이러한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위해서 요구사항들을 중요도, 개발 기간, 구체화 정도 등의 요소를 통해 순위를 매기고 이들 중 일부를 가지고 개발에 착수한다. 따라서 전체 요구사항을 모두 수집하는 방식에 비해 요구사항 분석이 짧다. 또한 요구사항의 개수가 적으므로 각 단계별 수행 시간도 짧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프로세스의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1차 개발을 완료한 후 남아 있거나 새로 추가된 요구사항, 수정된 요구사항들을 모아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결과물은 항상 동작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

Agile은 구현에서 테스트로 넘어가는 기간을 단축시켜 디버깅이 용이하게 해준다. 짧고 반복적인 개발을 통해서 전체 프로세스의 종료 시간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올 경우 다음번 주기에 바로 반영시킬 수 있으므로 고객 피드백이 빨라진다.

Posted by 이세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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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통해 알리려고 하는 내용은 사실 객체지향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우선 시작은 구조적 언어(C언어)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하지만 객체지향에서 이 부분이 더욱 강화되고 원칙화 된 것이므로 당연히 객체지향으로의 확장도 다루도록 하겠다.


속성과 행위

결과물은 객체지향 쪽으로 흘러갈테니 용어도 객체지향으로 시작하겠다. 속성이란 기존 구조적 언어에서는 변수라고 부르는 것이고, 행위란 함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변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 변경되는 것이며 함수는 제어, 연산을 수행하는 것,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이 이해에 매몰되면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속성을 통한 행위의 변경

행위(함수)는 변경될 수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이미 코드 상에서 행위를 정의한 이후에 이것을 런타임에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른 행위를 해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 보통 값에 대한 변경이 가능한 변수를 활용한다. 지금 상황(state)에서는 덧셈을 해야 한다면 상황을 표현하는 변수를 만들고, 이 변수 값(ADD_STATE)을 통해서 덧셈을 하도록 행위를 유도한다. 반대로 뺄셈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변수 값(SUB_STATE)을 변경해서 뺄셈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속성과 행위의 특성을 보면 당연하다. 변경이 가능한 것(변수)을 이용해서 변경이 불가능한 것(행위)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은 상황을 알려 주기 위해서 변수를 선언하고 이를 상태(state)라고 보통 부르고(flag를 사용하기도 한다), 행위의 변경은 이 상태 변수가 어떤 값을 가지는지에 따라 조건문을 작성하고 그에 종속된 행위들을 나열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코드를 보는 편이 더 빠르겠다. 자 다음과 같은 코드를 한번 보자. 일단 이 문제는 구조적 언어로부터 출발해 보도록 하겠다.


상태에 따른 동작 변경

#define ADD_STATE (0)

#define SUB_STATE (1)

int calculate(int state, int a, int b){

    if(state == ADD_STATE){

        return a + b;

    }

    else if(state == SUB_STATE){

        return a - b;

    }

    return 0;

}

int main(){

    int result = 0;

    result = calculate(ADD_STATE, 5, 10);

    result = calculate(SUB_STATE, 5, 10);

}


위의 예제는 state 변수의 값에 따라서 덧셈과 뺄셈을 조건적으로 수행하는 코드이다. 위 코드를 요구사항 관점에서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상태가 덧셈 상태이면 결과에 덧셈 결과를 저장하고, 상태가 뺄셈 상태이면 결과에 뺄셈을 저장하라." "상황에 따라서 다른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살펴 봤을 때 위의 코드에 어떤 문제점이 있겠는가? state 변수의 값을 if문으로 살펴보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동작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이므로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한 코드이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형태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상황에 따라서 다른 동작을 하라는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위의 코드 밖에 없어 보인다.


자 문제에 대한 관점을 조금씩 바꿔 나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코드를 수정해 보도록 하겠다.


int add(int a, int b) { return a + b; }

int sub(int a, int b) { return a - b; }


먼저 위와 같이 덧셈과 뺄셈을 수행하는 코드를 별도의 함수로 독립 시킨 다음, 조건문이 있는 곳을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if(state == ADD_STATE) result = add(5, 10);

else if(state == SUB_STATE) result = sub(5, 10);


논리적인 결과는 첫번째 소스와 전혀 차이가 없다. 단지 덧셈 구문과 뺄셈 구문을 함수로 독립시켰을 뿐이니까.


그런 다음 한가지 생각을 떠올려 보자. state가 변수로서 하는 일은 오직 add()와 sub()함수를 바꿔서 실행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state 변수 대신 add() 함수와 sub 함수를 바꿔 넣어도 되지 않을까?


행위에 대한 직접 변경

int add(int a, int b) { return a + b; }

int sub(int a, int b) { return a - b; }

int calculate(int (*func)(int, int), int a, int b){

    return func(a, b);

}

int main(){

    int result = 0;

    result = calculate(add, 5, 10);

    result = calculate(sub, 5, 10);

}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 것을 간단히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 : 상태 변수를 선언하고, 상태 변수에 상태 값을 할당하고, 상태 값을 체크하고 상태 값에 따라 덧셈과 뺄셈을 바꿔 계산한다.

변경 : 하고 싶은 행위에 따라 덧셈과 뺄셈을 하는 함수를 집어 넣는다.


간접적으로 행위를 변경하던 것을 직접 행위를 변경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이것이 일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효과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조건문이 사라졌다. 부수적으로 코드가 단순해졌다.

2.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계산이 덧셈 뺄셈만이 아니라 곱셈 나눗셈 등 온갖 계산들이 나열되었다면 저 한가지 변화의 크기를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3. calculate 함수가 조건 체크에 실패 했을 때 return 0을 수행하던 것이 사라졌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소프트웨어가 계속 동작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


생각보다 강력한 결과

이 방법은 상태 변수를 사용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 말은 상태 대신 행위를 직접 바꾸면 모든 상태 변수를 없앨 수 있고, 모든 조건문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결과로 유추해 보면 100 라인의 코드든 1000라인의 코드든 이론적으로는 조건문 없이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몇 달 전에 작성한 차트 그리기 프로그램(자바)은 5000라인(공백 제외)이었는데 조건문을 조사해 보니 60개 정도였다. 약 100라인에 if 문 혹은 switch 문이 한 개 있는 비율이다. 이것이 상태 변수를 없애고 행위를 직접 변경한 결과이다.


<바 차트, 라인 차트, 레전드 위치 변경, 레이블, 폰트 변경, 바 컬러 변경, 값에 따른 바 컬러 변경, 차트 흐름 고정, 테마 변경 등에 이르는 수많은 옵션들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조건문은 단 60개 뿐이다>


상태에 종속적인 행위 변경

나는 상태를 선언하고, 상태에 대해 조건문을 작성하고 조건에 따른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을 "상태 종속적 행위 변경"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러한 안티 패턴을 통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상태 변수를 선언하고, 상태에 따른 조건문을 작성하고 조건에 따라 다른 코드들을 집어 넣는다면 모두 "상태에 종속적인 행위 변경"이라는 안티 패턴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객체 지향에서의 행위 변경

객체지향 언어에는 상태 종속적 행위 변경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패턴이 이미 정의 되어 있다. 전략 패턴과 상태 패턴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null 객체 패턴 + Special Case 패턴처럼 조금 덜 유명한 디자인 패턴도 상태 문제를 행위 문제로 바꿔주는 패턴들이다. 

전략 패턴에서는 A라는 객체가 B라는 객체에게 일을 시킬 때 일부 변경하고자 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 행위를 객체화 하여 B에게 인자로 넘겨 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행위를 상태 변수 없이 변경한다. 맨 처음 예제가 사실 전략 패턴의 C언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 패턴 예제

interface IFunction{

    public int calculate(int a, int b);

}

class Add implements IFunction{

    public int calculate(int a, int b){

        return a + b;

    }

}

class Sub implements IFunction{

    public int calculate(int a, int b){

        return a - b;

    }

}

class Calculator{

    public int calculate(int a, int b, IFunction function){

        return function.calculate(a, b);

    }

} 

< 맨 처음 예제를 Java로 전략 패턴 형태로 바꾸어 본 것이다. 함수 포인터 대신 객체를 넣는다는 점 만 다를 뿐이다>


상태 패턴은 상태가 필요한 객체가 각 상태를 객체화시킨다. 그리고 필요한 상태에 따라 상태 객체를 변경시킨다. 그러면 상태 객체의 메소드를 호출할 때마다 상태에 따라 행위가 바뀌게 된다.

null 객체 패턴은 인자로 넘어온 객체가 null인지 체크(null 상태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하는 대신 아무 동작도 하지 않는 Null 객체를 만들어 넘긴다. 그려면 객체를 받는 쪽에서는 넘어온 객체에 대해 null 인지를 체크하지 않아도 된다. 실행해도 아무 동작도 하지 않을 뿐이다.


객체지향 언어는 무 조건문/무 상태 언어이다

객체지향 언어를 사용하면 switch 문의 사용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다. switch - case 문에서 체크  되는 변수 대신 상위 클래스에 대한 레퍼런스를 선언하고, 각각 실행되는 문장들을 개별 객체화하여 레퍼런스에 할당해주면 switch-case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이것이 디자인 패턴에서 말하는 상태 패턴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보면 이런 상태 변수들은 모두 객체 레퍼런스로 대체될 수 있고, 변수에 의해 바뀌는 행위, 즉 조건문 안의 행위들은 모두 개별 객체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면 조건문들이 모두 사라진다.


객체지향을 이야기 할 때 다형성은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특징이다. 다형성은 여러 객체가 있지만 외부적 관점(즉 "타입" 관점)에서는 동일한 객체로 취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하다는 것은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건을 체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상태에 따른 조건문 체크가 없는 것과 같다.


좀 더 나가보면 근본적으로 객체지향이 추구하는 방향은 상태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직 상대를 행위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인터페이스에는 변수가 없다. 즉 상태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어느 객체가 동작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자. 이것을 외부에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객체가 동작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면 그 객체는 실제 동작들을 객체화 해 두었다가 동작 객체를 동작 불가능한 객체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외부에 자기 상태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


객체와 객체 간에는 공유하는 변수가 없다. 상태는 변수의 부분집합이므로 상태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인터페이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른 객체의 상태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다. 외부적 관점에서 상대방 객체는 상태가 없다. 그러면 조건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태를 객체로 대체한다. 그러면 상태 없이 구현될 수 있다. 그러면 조건문 없이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객체지향 언어는 무 조건문 / 무 상태 언어이다.


(구조적 언어도 함수 포인터라는 무 상태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이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객체지향 언어에서 처럼 상태 제거를 위한 함수 포인터를 다중 중첩해서 사용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함수 포인터를 많이 사용한 코드는 사실 이해하기가 어렵다. 함수 포인터는 근본적으로 변수이고, 변수적인 타입만 체크 할 뿐 객체지향 언어의 "타입"처럼 특별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가장 단순한 적용 방법

우선 변수를 선언할 때 생각을 해보자. 변수가 상태를 나타낼 것이고, 조건문에 사용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 변수는 필요 없다. 객체로 대체하라.


조건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건문에 사용되는 변수가 하나 인가? 그러면 그 변수는 필요 없다. 객체로 대체하라.

조건문에 들어가는 변수가 여러개인가? 여러 변수를 하나의 변수로 바꿔라.


이 과정을 따르면 반복문을 제외하고는 단 한 줄의 코드도 들여쓰여지지 않은 코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Posted by 이세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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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지향은 참 어렵다.

이제 객체지향을 그래도 좀 이해하고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객체지향 언어로 개발을 해 오면서도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이 간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객체지향 언어를 배우고 잘 사용하게 될 때까지의 난관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처음 : 개념 및 문법에 대한 이해

처음에는 객체지향 언어 문법을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객체지향 언어의 난감한 점은 우리가 풀어 내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구현(변수 선언, 함수 선언, 조건문, 반복문, 연산자 등)을 이해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객체지향 개념(클래스, 객체, 캡슐화, 상속, 다형성?, 재정의, 인터페이스, 추상 클래스 등)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객체지향 개념이 필요한 이유를 문법을 공부하는 당시까지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계를 일단 거치고 나면 이제 마치 객체지향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관 : 잘 짜여진 객체지향 코드를 접했을 때

이제 어떻게든 클래스와 객체도 알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줄도 알게 된다. 그래서 개발에도 속도가 좀 붙고, 기능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오픈 소스 혹은 잘 짜여진 라이브러리들을 접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너무 난잡해 보여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어떤 기능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보려면 이 클래스, 저 클래스 파일을 넘나 들어야 하고, 굳이 상속을 왜 받아서 하위 클래스를 이해하는데 상위 클래스로 이동해야 하고, 상속을 넘어서 인터페이스로 넘어 가면 구현부가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해 해야 한다. 온갖 기교를 써가면서 어떻게든 여러 클래스를 같은 클래스 혹은 인터페이스에 대한 하위 클래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대체 알 수가 없다.


깨닫기 전 : 이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상속을 통한 기능의 확장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나름 중복 코드를 보고 줄일 줄 알게 되고, SRP 쯤은 알아서 기능도 잘 구분해서 구현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와서 내가 만든 코드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다형성이다,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설계하라, 상속을 통해 기능을 확장하지 마라 등등.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짧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앞으로 이야기 할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을 정도가 되었다면 객체지향을 접한지 최소 5년은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보다 더 오래되었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좋은 개발 선배가 있었다면 모르지만.) 혹시 아래 내용을 보고 "겨우 그거 이야기 하려고 이런거야?" 라고 하신다면 내 능력이 부족한 것이니 할 말은 없다. 아까운 시간을 빼앗아 죄송스럽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서 그러면 과연 상속이란 무엇인가? 우선 위키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OOP)에서, 상속은 객체들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2. ......클래스는 기존의 클래스로부터 속성과 동작을 상속받을 수 있다.

3. 그 결과로 생기는 클래스를 파생 클래스, 서브클래스, 또는 자식 클래스라고 한다. 상속을 통한 클래스들의 관계는 계층을 형성한다.


사실 이 내용 중에는 이후에 이야기 할 내용에 딱 맞는 내용이 없다. 하지만 살펴볼 가치는 있다.


우선 2번이 적절한 정의로서 확 와 닿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속이라는 의미는 단어가 가진 의미와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물려 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상위 클래스가 가진 속성(변수)과 행위(멤버 함수)를 내려 받는 것을 상속이라고 보통 말한다. 이것이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상속이라는 단어의 실생활 속에서의 의미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고, 프로그래밍을 할 때 변수와 함수를 물려 받아 재 구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1번과 3번이 그나마 좀 더 객체지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의이긴 하다.


자 그러면 저 정의들이 명시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질문을 살짝 바꿔서, 상속을 받았을 때, 상속 받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타입"이다.



사실 2번의 정의는 핵심을 빠뜨렸다. 클래스는 기존 클래스로부터 가장 중요한 것인 "타입"을 물려 받고, 속성이나 동작 "따위"의 소소한 것을 물려 받는다가 정확한 정의다.


객체지향에서 객체를 바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적 관점"과 "내부적 관점"의 분리이다. 익히 알고 있는 속성과 행위가 아니다. 내부적 관점이라는 것은 객체의 동작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때 보이는 것이 속성과 행위이다. 이것을 잘 구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외부적 관점이다. 외부적 관점은 "그 객체를 어떤 객체로 인식할 것이며,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다.


만약 어떤 객체가 실제로는 Rectangle이라고 해도 (Shape을 상속 받았다 치고) 외부에서 인식하기를 Shape이라면 그것은 외부적 관점에서는 Shape이다. 그 실체가 Rectangle이라는 사실은 그 객체 내부에서나 중요한 것이지 밖에서 그 객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 객체는 그냥 Shape일 뿐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자신의 연주자들이 자신의 지휘에 맞춰 연주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지 그 사람이 바이올린 연주자인지 첼로 연주자인지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지휘만 하면 알아서 연주를 할 것이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외부적 관점, 즉 "타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간단한 예제를 통해 살펴보자.


List<Rectangle> rectangles = new ArrayList<Rectangle>();

rectangles.add(new Rectangle(1,2,3,4));

rectangles.forEach(each -> System.out.println(each));

List<Color> colors = new ArrayList<Color>();

colors.add(new Color(255,0,100));

colors.forEach(each -> System.out.println(each));


크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개의 List를 만들어서 각각 Rectangle과 Color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고, 객체 하나씩을 만들어 넣은 후 이를 for 문을 이용해서 출력하는 구문이다. 반복되는 느낌은 있지만 어찌하겠는가? Rectangle과 Color는 엄연히 "타입"이 다른데!


그러면 다음을 보자.


List<Object> objects = new ArrayList<Object>();

objects.add(new Rectangle(1,2,3,4));

objects.add(new Color(255,0,100));

objects.forEach(each -> System.out.println(each));


예상했겠지만 둘의 출력 결과는 같다. 이것이 왜 가능한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Java의 모든 객체는 Object 클래스를 상속 받았기 때문이다. 즉 Object "타입"이다. 코드 상에서, 즉 객체의 외부에서 (실제 객체는 서로 다르더라도) Object 타입으로 불려지게 되는 순간, 둘의 차이는 사라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중복된 코드들도 함께 사라진다. 만약 서로 다른 종류의 객체가 훨씬 더 많았더라면 더욱 많은 코드들이 마법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바이올린 연주하세요, 첼로 연주하세요, 플룻 연주하세요......와 같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XXX 연주하세요를 반복하지 않는 것과 같다. 부조리함이 많은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합리성을 추구하는데 매일 논리와 싸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어떠하겠는가?


간단한 예제였지만 상속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속 개념에는 분명 속성과 행위를 내려 받아 중복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상속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 하는 것은 이러한 내부적 관점이 아니라 "타입" 상속이라는 외부적 관점이다. 이 관점이 위력적인 이유는 아무리 실질적으로는 다른 객체들이라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고, 동일하게 취급되는 순간 유사하긴 하지만 반복적으로 구현되었던 수많은 중복 코드들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속성이나 행위 따위를 상속 받는 것은 매우 소소한 것으로 취급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쯤 더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바로 인터페이스와 추상 클래스의 개념이다. 인터페이스는 속성과 실제 구현부라는 실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눈으로 보기에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API만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빈껍데기는 "외부적 관점"을 제공해 주고, 이 관점을 이용하는 외부에서 그 객체를 다루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같은 인터페이스를 상속 받은 객체들에 대해서는 같은 관점을 유지할 수 있고, 같은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들 객체에 대해서 별도의 코드들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추상 클래스의 경우 인터페이스에 비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주긴 하지만 물려 받은 것에 비해 역시 더 중요한 것은 추상 클래스의 "타입"이다. 이 "타입" 이라는 외부적인 관점을 이용해서 인터페이스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덤으로 내부적 관점에서의 중복 코드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타입이 같다는 것이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적절한 시기에 기존의 객체 대신 실질적으로는 다른 객체로 대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에 내부 소프트웨어만 바꿔 실행하면 여러 기능을 하는 범용 컴퓨터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동일하게 구현된 코드 상에서 서로 다른 로직을 구현한 객체들을 바꾸어 가면서 사용함으로써 소스 코드의 양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기능의 확장을 위해서 다른 코드를 수정하지 않고 동일한 "타입"의 새로운 객체 하나만 만들어 넣으면 된다. 이것은 수정이나 기능의 확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만약 상속을 통해 외부적 관점의 통일성, 즉 "타입"을 상속 받지 못하고 단순히 속성과 기능만을 상속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러한 이점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아무리 속성과 기능을 동일한 클래스로부터 상속 받았다 해도 하위 클래스들은 서로 엄연히 다른 관점으로 봐야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도 이들을 다루는 코드들을 통합 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객체를 새로운 객체로 간단히 교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상속은, 특히 "타입"의 상속은 이처럼 위대한 개념이다.


혹시 이러한 개념을 잘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 타입 상속이라는 개념을 염두해 두고 어떻게 하면 동일한 외부 관점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인지 항상 생각하면서 프로그래밍을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개발자로서의 수명(신체적인 수명까지도;)을 길게 가져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Posted by 이세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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